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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적을 읽고

문학/시

by 정의로훈 지식사전 2024. 6. 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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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이병률 시인의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을 읽었다.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적'은 책 제목이자 표제시이기도 하다. 처음에 제목을 보고 나는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적이 있었나' 싶었던 아련한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 시는 모두 저자의 경험이 담겨있을 것만 같은 내용의 시로 가득하다. 그 내용이 경험에서 우러나온 듯한 깊이와 사연을 하나씩 간직하고 있다. 시를 하나 하나 읽을 때 마다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깨닫는 부분도 있었다. 시인의 생각의 깊이와 너비가 시구 행간에서 자주 느껴졌다. 오늘은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을 읽고 가장 좋았던 시를 네개를 소개 해보려 한다. 

 

어질어질

 

눈을 녹아서 벚꽃으로 피고요

 

벚꽃은 녹아서 강물로 흐르고요

 

강물은 얼어서 눈으로 맺히고요

 

눈은 피어 사무치게 벚꽃으로 흩어지고요

 

말 안듣는 마음은 엎질러져 쏟아지고요

 

당신에게 잘하고 싶고요

 

조각들을 좋아해

 

싸움을 좋아해

하지만 싸워보질 않아 얼마나 잘 싸우는지 모르지

 

나는 시 쓰기를 좋아해

하지만 종속되어 있기만 해서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지

 

말하고 싶었지 

멀리서 혼자서만 좋아해 온 그것들은 실제로 만져진다고

 

음악에 영향을 받는것을 좋아해

때문에 하로가 망가지거나 기분이 가라앉기를

한없이 그렇게 반복해

 

나는 말했지

소금 만드는 일을 하라고

먹을 정도는 되지 않지만 옷 틈새 살 접히는 틈새에 

우수수 떨어질 정도의 소금을 맺으라고 

 

그것이 우리 몸을 영하로 떨어뜨리지  않는 길이라고

 

오래 왔다는 사실과 멀리 갈 거라는 계산은 

그래서 중요한 축적이라고

 

나는 철길을 좋아해

진실을 향해 멀리 뻗어 있어서

뱀을 좋아해

마주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곳이 씨앗이 모여 고인다는 사실을 좋아하고

 

빨간 덩어리 하나가 있어

천천히 쳐다보고 오래도 쳐다보고 있으면

당돌하게 장미가 되어 피는 것처럼

 

말간 숨 하나

오래 안에 들여놓고 키웠더니 춤이 되고

큰 사과 하나 깊이 먹었더니

나 또한 하루 만에 똑같이 사과가 되는 것처럼

 

좋아하는 하나 종일 들고 걸으면

언덕 너머 나무 밑 살고 싶은 곳에 도착하지

 

아, 나는 나에게 전화 거는 것을 좋아해

도대체 그게 가능하기나 한  건지

어떻게 걸고 받아야 하는지 아직 모르기 때문에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시들어 죽어가는 식물 앞에서 주책맞게도 배고파한 적

기차역에서 울어본 적

이 감정은 병이어서 조롱받는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대수인가 싶었던 적

매일매일 햇살이 짧고 당신이 부족했던 적

이렇게 어디까지 좋아도 될까 싶어 자격을 떠올렸던 적

나를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게 만들고

마침내 당신과 떠나간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을 영원을 붙잡았던 적

 

농밀

 

당신 눈에 빛이 비치기 시작합니다

사랑은 그런 것입니다

 

당신 눈 속에 반사된 풍경 안에 

내 모습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랑은 그런것입니다

 

세상의 여러 틀이 

자발적으로

윤곽을 잡게 되었습니다

 

별이 바람에 흔들릴 때면

당신 눈동자가 흔들릴 거라 믿게 되었습니다.

 

 

맺음말

작가는 아마도 더 열심히 사랑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마음을 몸이 안따라 주는 것이 어지럽고 서툴렀던 적이 있었던 것을 '어질어질'이라는 제목의 시로 표현하였고 어디에 밖혀있지 않고 자유하고 싶은 마음을 '조각들을 좋아해'라는 시로 표현했다. 그리고 이 시집의 하이라이트인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은 아련함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사랑했던 '적'의 시간들을 농밀하게 압축해 논것만 같았다. 농밀은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에 비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시를 그렸다. 시를 쓴게 아니라 상상하며 그려냈다. 시집을 읽으면 사랑에 대한 시가 많다. 그 사이사이에서 자유함을 외치는 시가 더러 있는데 이 시들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이병률시인의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독자들에게    수많은 영감을 주는 책으로 자리매김 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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